기록36 다수자의 시혜적 이해 사랑 받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은, 사랑을 주지 않으면 빈정이 상한다. 사랑 주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은, 사랑을 주는 행위가 익숙하여 더 주려고 노력한다. 다수자와 소수자 관계의 역학에도 적용할 수 있는 논리 같다. ㅤ ㅤ ㅤ나는 일평생 남들에게 나를 설명하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내가 뭘 느끼고 내가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는지. 언어로 구체화할수록 나에 대해 알아가는 점이 늘어나고 있다고 낙관하며, 때때로 부끄러워질 때에 나를 다독이며 끊임없이 발설해왔다. 들어달라는 아우성일 때도 있었고 조그마한 공간에 읊조리는 독백일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이해시키는 것은 일종의 과업처럼 굳어졌다. 거의 모든 친밀한 관계에서 이해시키는 역을 도맡았다. 상대방이 이해해줄 거라는 .. 2021. 8. 4. 굴절 혐오 ㅤ어떤 계층을 과하게 트집 잡아서 미워하고 있는 경우 굴절 혐오 중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진짜 억압을 하는 주체를 알지만 뱉으면 무력감과 패배감에 비슷한 계층끼리 부딪치며 서로 탓하는 것이다. 일전에는 나도 이런 일에 열을 올렸었다. 시시각각 하잘 쓸 곳 없는 '탓'을 하며 완전무결함을 요구하고, 동시에 나 자신을 검열하며 스스로를 미치게 만들었다. 아무도 시킨 적 없는 일을 혼자 해내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자부했었다. 그런 멍청이였다, 내가. 지금은 그때로부터는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아직 화내던 버릇이 남아있어 해야 할 말은 기어이 하게 되지만. 미워하는 일에 너무 힘 쓰고 싶지 않아 금방 지치는 것도 사실인지라. 게다가 누군가를 너무 미워할 때는, 내가 나의 '죄'까지 투영하여 미워하고.. 2021. 7. 21. 기생충과 '창녀' 혐오 *본 글은 영화 에 대한 자세한 감상 및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ㅤ 사람들은 밑바닥에 놓인, 흔히 말해 '최하층민'을 혐오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슬픈 논리 같다. 그것이 당연한 듯 여겨진다는 사실이 정말 무서운 점이다. ㅤ우리는 흔히 인본주의적인 말로,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말은 유독, '최하층민'이라도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볼 때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게 되는데.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이므로 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계급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시혜적으로 베푸는 존중의 마음이다. ㅤ여기서, '최하층민'이 있는 것을 상정하는 건 사회를 그렇게 보고 있는 사람의 모순적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라며 나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 2021. 7. 19. 여성혐오의 본질은 '창녀' 혐오다. ㅤ '창녀'가 받는 날 것의 혐오가 여성혐오의 본질이다. '보지를 파는 사람들'은 강간을 당해도 괜찮은가?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NO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바라지 않은 성적 행위 때문에 일어나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페이 강간'이라는 말은 결국 '창녀'들을, '강간당해도 마땅한 존재'로 격하시키는 말이다. 이 세상 어디에 강간당해도 괜찮은 여성이 있는가? 이 질문에는 없다고 할 것이면서 '창녀' 얘기를 꺼내면 그들은 강간을 받아도 발언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타자화시켜버린다. 어떤 '창녀'가 강간을 당하고 싶다고 말할까? 아, 취향이 특이해 강간 판타지가 있는 여성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여성을 불시에 합의 없이 강간을 했을 때 그 여성이 행복하다고 할까? 여성마다 다.. 2021. 7. 19. 210706 연애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톺아보는 일은 항상 어려웠다. 내 언어가 다른 사람의 언어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는 특히, 더. 내가 별 뜻 없이, 진심으로 한 말이 남을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맞춰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은 내 말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했는데 사랑받지 못 한다고 그들은 외로워했다.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을 사랑했기에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게 내 패착이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내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그게 그 평가의 의도였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진의는 중요치 않다. 내가 행동을 바꾸면 그들은 사랑받는다고 여겼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다 같은 사람인데 말이다. 사랑을 향한 내 자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2021. 7. 6. 210704 이곳을 빌리는 이유는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더는 구애받고 싶지 않고 사사건건 따라붙는 관심들이 이제는 피곤하기만 하다. 무슨 말을 하면 본인 얘기로 알아듣는 자의식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 그것도 마음이 이어져있을 때나 하는 얘기 아니던가. 관심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그냥 죽은 사람 취급해주면 고맙겠다. 제사상도 차리지 말고. 없던 사람 취급해달라고. 좋아하는 구절을 올리면 맥락 없이 난도질 되어가는 꼴 보기가 싫다. 그리고 공개하는 순간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그닥. 그냥 소소하게 모아두고 펼쳐두고 싶은 기록장이다. 개인적으로 사용도 하겠지만 설마 구석의 백업 블로그까지 훑어보진 않겠지 싶어서. 조용히 살다가 조용히 가는 게 꿈이다. 그사세 끼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 .. 2021. 7. 4.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