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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

거미여인의 키스12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계획을 세우는 청년, 도시 한복판에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그녀의 초청에 응하는 청년, 자기는 게릴라 활동에 반대한다면서 어머니에게 거짓말하는 청년, 파리로 돌아가겠다고 어머니에게 약속하는 청년, 촛불을 켠 채 어머니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 청년, 전쟁이 끝난 직후의 어린 시절처럼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속세에 찌든 유럽의 여러 휴양지를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청년, 신부감으로 적당한 유럽 상류사회에 아름다운 여자들에 대해 말하는 어머니, 얼마나 유산을 상속받을 것인지에 관해 모두 말해 주는 어머니, 수많은 재산을 아들의 명의로 이전할 것을 제안하는 어머니, 아들과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를 숨기는 어머니, 전(前) 농장관리인의 행적을 좇는 청년, 전 농장관리인이 국가안전부.. 2021. 10. 11.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날 괴롭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아주 괴롭고도 창피한 거야」 「얘기해 봐. 속 시원하게 말이야」 「내가 정말로 편지를 받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 순간에 내 곁에 있다면 내가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은······ 내 여자 동료가 아니라 전에 네게 말했던······ 바로 그 여자야」 「그게 괴롭고 창피한 거였구나」 「그래, 내가 이 말 저 말 하고 있지만······ 내가 마음 깊이 좋아하는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다른 부류의 여자야. 내 마음도 역시 내 종류를 죽인 그 몹쓸 반동 분자들과 같아······ 나도 그들과 똑같은 놈이야. 아주 똑같아」 「그렇지 않아」 「사실은 사실이야. 우리 속이지 말고 말하자」 「네가 그놈들과 같았다면, 넌 여기에 있지 않을 거야」 「.. 2021. 10. 11.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유럽 여자, 똑똑한 여자, 아름다운 여자, 교양 있는 여자, 국제정치에 관해 지식이 있는 여자, 마르크스주의를 아는 여자,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여자, 예리한 질문으로 남자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자, 청렴 결백한 여자, 고상한 취미를 가진 여자, 경우에 맞게 옷을 우아하게 입는 여자, 젊지만 동시에 성숙한 여자, 술 문화를 잘 아는 여자, 적절한 요리를 선택할 줄 아는 여자, 경우에 맞게 포도주를 주문할 줄 아는 여자, 자기 집에서 손님을 접대할 줄 하는 여자, 하인을 부릴 줄 아는 여자, 백 명 정도 초대한 파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여자, 침착하고 다정한 여자, 욕망을 자극하는 여자,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문제를 이해하는 유럽 여자, 라틴아메리카 혁명가를 높이 평가하는 .. 2021. 10. 11.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p.151-152 2021. 9. 27.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식당 테이블에는 한 사람도 없다. 웨이터들은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고 새벽의 적막만이 느껴진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어쨌든 입 한쪽으로 방금 불을 붙인 담배를 문다. 그의 침에는 담배 냄새가 배어 있다. 아니 시가 냄새가 배어 있다. 쓸쓸히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창밖으로 비에 젖어 달리는 차 소리가 들린다. 차들은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다. 그는 날 생각하고 있을까? 왜 한번도 날 보러오지 않는 걸까? 다른 동료와 하루도 순번을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귀가 아프다고 그랬는데 의사한테는 갔을까? 그는 밤에 귀가 아파 견디지 못할 지경이라고 하면서, 다음날 반드시 병원에 가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다음날 통증이 멎으면, 그 맹세를 잊어버리곤 했다. 한밤중에 식당에서 새벽에.. 2021. 9. 26.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어느 날 밤 청년은 하녀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장님이 청년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했을까? 무슨 말을 해주었을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때로는 한 마디의 말이 기적을 낳곤 한다. p.145 2021.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