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ㅤ내가 여전히 타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사실이 괴롭다는 게 아니라, 여전히 그 기억에 붙들려 자유로워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괴롭다. 얽매임. 그 자체가 괴롭다.
ㅤ어쩌면 상처 받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테다. 하지만 한켠으로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다. 세상은 비가역적으로 흘러간다. 가역적으로 돌이킬 수 있는 것들은 없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몰라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모습이 선형이든 원형이든 어떻든 간에.
ㅤ그러니까, 내가 가정하는 멋진 인간상은 나를 상처 준 사람의 소식을 들어도 무탈할 만큼 강인한 마음을 갖는 것일진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괜찮지 않음이 괜찮다. 흠 입어 망가졌더래도 나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죽는 날까지 망가져 있더래도 괜찮다.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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