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캣콜링이 나오게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본 느낌이랄까, 빠른 시일 내에 캣콜링을 다시 읽으며 산문집의 일화와 대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소호 특유의 각주를 활용한 글의 전개를 잔뜩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달지. 산문집에서조차 하고 싶은 건 다 하겠다는 모종의 의지가 느껴졌다.
ㅤ사실 이렇게 자세히 산문집에 셀털을 해 가며 가족을 까도 되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형성된 고백 습관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안도하게 됐다. 동시에 장녀는 여전히 장녀라는, 장녀의 주박의 끈질김을 되뇌이는 계기가 되었다.
ㅤ완독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 이유는 첫째, 이 책이 길어서이기도 하지만 둘째, 글의 흐름이 나의 생각 전개 방식과 비슷해 고백이 상세한 페이지를 넘길 때면 그게 나의 이야기 같아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에 대한 서술 부분. 병원 간 내 경험과 우울에 대한 내 생각이 겹쳐 떠올라 조금 힘들었다.
ㅤ경진을 죽이고 소호로 다시 태어난 작가는 둘이서 하나인 경진과 시진 자매를 통해 사랑을 빙자한 가정폭력을 세밀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데이트폭력 역시나 마찬가지다. 작가의 경험을 시의 형식에 잘 끼워맞춰 매력적인 문단을 구성했지만 까보면 전혀 아닌. 구더기가 드글드글한 현실일 뿐인 고발을 스스럼없이 한다. 그런 이소호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책이 나의 의식의 흐름과 비슷해서, (읽는 건 자해와 비슷한 일이긴 했으나. 나와 비슷한 무언가를 대면하는 건 늘 나를 상처 입히고 고민에 빠지게 하므로.) 정신없이 읽다 보니 마지막 장까지 의식 않고 도달했는데, 시작과 달리 끝은 희망적이라 열 때보다 덮을 때 마음이 산뜻해졌다.
ㅤ아, 그리고 읽다가 후반부에서 오탈자를 두 건 발견해 창비 측과 시인 디엠에 문의 넣어 알려드렸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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