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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

이도우24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ㅤ"사랑한다면서, 기껏 여기까지예요? 내가 한 번 흔들렸다고 그렇게 쉽게 도망치나? 고백을 하면, 그저 사랑이란게 무난히 찾아올 줄 알았어요? 파도 하나 없이 평탄할 줄 알았냐고." ㅤ진솔의 표정도 굳어버렸다. 건은 그동안 참고 있었던 감정이 치밀어 오른 듯 표정도 음성도 뜨거워졌다. ㅤ"내가 잘못했다는 건 나도 알아요. 하지만 최소한 기회는 줘야 할 거 아냐. 이대로 이런 식으로 당신하고 끝내고 싶진 않다고!" ㅤ"어떤 기회를 얼마나요. 그건 나더러 더 기다려달라, 더 당신을 바라봐달라는 말 아닌가요?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ㅤ"그렇다면 애초에 날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말았어야지. 당신의 그 정도로는, 사랑도 뭣도 아니니까." p.395-396 2021. 8. 19.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ㅤ"차라리 애정이 확 식어버리면 속 편할 텐데. 아직은 미련이 남는단 말야···. 확실하게 미워져야 세이 굿바이를 할 텐데." ㅤ진솔은 여전히 엎드린 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ㅤ"미워지지 않아도··· 굿바이 할 할 수 있어." ㅤ가람은 기계에 매달려 듣고 있지 않았다. 진솔은 방금 내뱉은 자신의 말을 곱씹었다. 과연 그럴까? 미워지지 않아도 이별을 고할 수 있을까? 저녁 햇살이 들어오는 유리창에 그녀의 모습이 투명하게 어른거렸다. 왜 이다지도 마음은 아픈데 그가 미워지지는 않는 건지. 한참이나 그러고 있더니 진솔은 다시 중얼거렸다. ㅤ"···할 수 있어." ㅤ p.385 2021. 8. 19.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ㅤ역시나 진솔은 아그네스가 좋았다. 저 맑은 음색. 사랑이 끝나면 노래도 끝인 여자. ㅤ진솔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울어버렸다. p.380 2021. 8. 19.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ㅤ"사랑하겠다고 말했으니 남아일언 지키라고 하는 거··· 흔들리지 말라고 하는 거··· 그것도 몰아붙이는 거예요. 마음이 시키는 일을, 어쩌라는 거야." ㅤ그는 온몸이 얼어붙어 그런 진솔을 마주하고 있었다. ㅤ"그때··· 당신 집 뒷산에서 내가 얘기했을 때··· 오래 기다리진 않겠다고 말했었죠.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 만큼 생각할 게 많다면, 그렇게 오래 들여다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감정이라면, 번번이 그 사람이 아플 때마다 당신 마음도 같이 아파서 미치겠는 거라면··· 그건 아니거든요···. 나 아니면 안 되는 꼭 내가 필요한, 그런 절박한 감정은 아니거든요. 그냥, 당신은 내가 좋겠죠. 인간적으로." p.376 2021. 8. 19.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ㅤ진솔은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일순간 건의 모든 행동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프게 되풀이했다. ㅤ"당신이··· 어떻게 이래요." ㅤ건의 손에서 힘이 툭 풀리자 선우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 드러누웠다. 진솔과 마주친 건의 표정은 낯설고도 당혹스러웠다. 마치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한순간 혼란스러움이 스쳐 가고··· 건은 복잡한 표정으로 진솔의 눈길을 외면했다. 그녀의 마음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데,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말없이 찻집을 나가버렸다. p.368 2021. 8. 19.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ㅤ"애리 너···." ㅤ건의 목소리가 열기에 가득 차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ㅤ"너, 차라리 나한테 와라." p.367 2021.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