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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이디스 워튼, 여름

by 연정 2021. 12. 14.

ㅤ채리티는 실망했지만 사정을 이해했다. 로열 씨를 그날 그토록 풀이 죽게 만든 것은 스탁필드에서 마주친 온갖 유혹이 아니라 그녀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외로운’ 사람이었다. 채리티 자신이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로열 씨와 채리티는 그 쓸쓸한 집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독의 깊이를 헤아리곤 했다. 채리티는 그에게 특별한 애정이 없었고, 눈곱만치도 고마음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그가 주위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며, 자신이 그와 고독 사이에 놓인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동정할 뿐이었다. 따라서 하루 이틀이 지난 뒤 해처드 부인이 네틀턴에 있는 학교 문제를 상의하고 이번에는 그녀의 친구가 ‘필요한 준비를 해 줄’ 거라는 말을 하려고 불렀을 때 채리니는 노스도머를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ㅤ해처드 부인은 친절하게 채리티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채리티는 그저 “로열 씨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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