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너는 살아 있는 거야?
ㅤ나는 살아있어.
ㅤ불은 한참 전에 꺼진 것 같아.
ㅤ너무 놀라서 계속 달리기만 했어.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아침에 있잖아. 처음 보는 말들이 마당에 서 있었어.
ㅤ아침에 반짝이는 검은 말들이.
ㅤ죽은 줄만 알았는데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더라.
ㅤ우는 것 같았어.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마당에 있는 것들은 내가 다 먹어버렸어 미안해.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어.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거야.
ㅤ다시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 거야.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있잖아. 내가 비참하고 비겁할 때 있잖아.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ㅤ나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ㅤ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장미를 뒤집었다.
p.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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