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그녀는 변기 위에 앉았고 갑자기 창자를 비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치욕의 극단까지 가보자는 욕망, 그저 육체, 오로지 육체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욕망, 어머니가 항상 말했듯 그저 먹고 싸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육체가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테레자는 그녀의 창자를 비웠고 그 순간 무한한 우수와 고독을 느꼈다. 하수관 끝 터진 주입구 위에 벗은 채로 앉아 있는 그녀 육체보다 더 비참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ㅤ그녀의 영혼은 관람객의 호기심, 그 악의와 오만을 모두 상실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은폐된 육체의 심연까지 되돌아간 영혼은 누군가 다시 자기를 불러 주길 절망적으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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