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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최은영, 밝은 밤

by 연정 2021. 9. 13.

ㅤ그때의 나는 사람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간절히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서울에서처럼 친구와 한참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는 욕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깝고 끈끈해서 속까지 다 보여주고 서로 치대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했다. 나에게 결혼은 그런 것이었지만, 더이상 그런 관계가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들지 않았다.
ㅤ겨울이 끝나갈 무렵, 추우면 창문을 닫고 목이 마르면 물을 따라 마시는 내가 보였다. 여전히 어려운 밤을 보내면서도, 예전처럼 몸을 쥐어짜며 울지 않는 내가 보였다. 두 시간, 세 시간을 이어 잘 수 있는 내가 보였다. 그렇지만 '나아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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