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이제 나가요. 금방 물이 들어올 거에요."
ㅤ"안 나갈 거요."
ㅤ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희미하게 스쳐 갔다.
ㅤ"이제 곧 발이 묶일걸? 물길만 막히면 우린 이 섬에 고립되는 거죠. 당신 말대로."
ㅤ"싫어요. 돌아가요."
ㅤ"뭐가 싫어. 당신도 나랑 함께 있고 싶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봐요."
ㅤ그의 낮은 음성이 진솔의 폐부를 찔렀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진솔은 그만 서글프게 미소 지었다.
ㅤ"함께 있고 싶었었죠. 당신이 웃으면 행복했고··· 냉정하게 굴거나 다른 사람 때문에 아파하면 힘들었죠. 당신 가까이 있는 한, 두 가지 감정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면··· 난 그저 그런 나날이라도 좋으니 한결같이 평온하게 지내고 싶어요."
ㅤ건은 말문이 막힌 채 들끓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ㅤ"좋은 사랑할 거예요. 사랑해서 슬프고, 사랑해서 아파 죽을 거 같은 거 말고··· 즐거운 사랑 할 거예요. 처음부터 애초에 나만을 봐주는 그런 사랑이오."
ㅤ침묵이 흘렀다. 낙조가 스러져가는 하늘은 점점 어스름을 드리우기 시작했고 바다는 서서히 밀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옷깃과 머리칼이 바람에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이윽고 건은 허탈한 듯 짧게 웃었다.
ㅤ"알았어요. 댁이야말로 함부로 고백했고, 경솔했어. 전부를 걸 마음도 없었으면서, 내 마음 한 자락 열어주게 했어. 이제 다 거둬가요. 알았으니까."
ㅤ진솔의 심장이 누군가의 손으로 쥐었다 놓은 것처럼 아팠다.
p.398-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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