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유진아.”
ㅤ어머니가 다급한 소리를 지르며 내 팔꿈치를 붙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저 안 취했어요. 진짜 딱 한 잔 마셨다니까요.
ㅤ“들어가서 얘기하자.”
ㅤ들어가고 싶었으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내 팔꿈치에서 떼어냈다. 이번엔 오른쪽 다리가 휘청하면서 몸이 어머니 쪽으로 기울어졌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엎어진 김에 어머니의 어깨를 담쏙 끌어안았다. 어머니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작고 가느다란 몸은 일순간에 꼿꼿해졌다. 전에 없던 행동에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감격했거나 이상했거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 나는 끌어오는 팔에 힘을 줬다. 우리 ‘얘기’ 같은 건 하지 마요. 그래봐야 입만 아프잖아요. 술은 벌써 마셔버렸는데.
p.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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