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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연정 2021. 9. 15.

ㅤ계단식으로 배열된 새 의자에 여자들이 몸이 맞닿을 정도로 끼어 앉아 있었다. 얼굴이 아주 예쁜 삼십 대 여자가 테레자 곁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 그녀 어깨 아래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만한두 젖가슴이 축 늘어져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출렁거렸다. 그녀가 일어나자, 그녀의 엉덩이 역시 큼직한 두 배낭처럼 생겨서 얼굴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테레자는 알 수 있었다.
ㅤ아마도 테레자가 어렸을 적부터 시도했던 것처럼  이 여자 역시 육체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투명하게 포착하려고 오랜 시간을 거울 앞에서 보냈을 것이다. 그녀 역시 육체가 영혼의 문장(紋章)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영혼이 주머니가 네 게 걸려 있는 이 옷걸이와 닮았다면 얼마나 흉측할까?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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