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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세이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by 연정 2021. 8. 12.

ㅤ나는 말을 걸고 자판에 손을 얹는다. 갑자기 이 가정이, 내가 사는 이 세상에 까딱하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세상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가정에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란 말을 최대한 줄인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부딪쳐 깨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우리는 애초에 맞닿아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다. 싸워 봐서, 싸워 보지 않아서 알고 있다. 차가운 아버지와 뜨거운 내가 손을 맞잡아 봤자, 여름날 차가운 유리잔에 물방울 맺히듯 그렇게 뚝뚝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관계가 딱 좋다. 망하지 않으려면, 이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창조주는 늘 하늘, 나는 땅에서 그를 받들면 된다. 그뿐이다. 내가 또 다른 하늘을 받들기 전까지, 억울하지만 울며 받치고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ㅤ그러니까 태초에 가정이 있었다. 용성과 미숙이 나와 시진을 빚었고, 우리를, 나를 만들었다. 허나 이 어긋난 이단의 마음으로, 나는 내 생각을 멋대로 적는다. 이단은 자신의 논리가 곧 신념이다. 신념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나에게 행동이란 쓰는 것이다. 고로 나는 존재하며 나는 쓴다. 말은 그렇게 널리널리 퍼지리라. 창조주의 뜻과는 언제나 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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