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병세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구원자가 되어 있었다. 나보다 상대의 죽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지, 상대방을 살리면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매 순간 치열하게 싸우고 협박했다. 싸운 뒤에는 서로의 방문을 열 때마다 각자의 방에 걸린 빈 행거를 보고 안심했다. 빈 행거는 우리에게 살아 있음 의 상징이자 죽음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자매니까. 여전히 같은 꿈을 꾼다. 빈 행거에 목을 매는 그 꿈을 꾸고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똑똑히 들어. 내가 먼저 저 행거에 목을 매고 죽을 거야. 내가 죽으면 가장 먼저, 네가 나를 발견하게 될 거야."
p.45-46
'문학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0) | 2021.08.11 |
---|---|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0) | 2021.08.11 |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0) | 2021.08.11 |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0) | 2021.08.11 |
김사월, 사랑하는 미움들 (0) | 2021.07.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