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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세이

이소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by 연정 2021. 8. 11.

ㅤ병세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구원자가 되어 있었다. 나보다 상대의 죽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지, 상대방을 살리면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매 순간 치열하게 싸우고 협박했다. 싸운 뒤에는 서로의 방문을 열 때마다 각자의 방에 걸린 빈 행거를 보고 안심했다. 빈 행거는 우리에게 살아 있음 의 상징이자 죽음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자매니까. 여전히 같은 꿈을 꾼다. 빈 행거에 목을 매는 그 꿈을 꾸고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똑똑히 들어. 내가 먼저 저 행거에 목을 매고 죽을 거야. 내가 죽으면 가장 먼저, 네가 나를 발견하게 될 거야."

p.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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