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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한강, 채식주의자

by 연정 2021. 8. 6.

ㅤ허리를 굽힌 채 문간에 선 아내를, 역류하여 링거액 주머니 속에 흘러드는 그녀의 붉은 피를 나는 보았다.
ㅤ"네 꼴을 봐라, 지금. 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 세상사람들이 널 죄다 잡아먹는 거다. 거울 좀 봐라, 네 얼굴이 어떤가 보란 말이다."
ㅤ장모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낮은 울음으로 잦아 들었다.
ㅤ그러나 아내는 마치 낯선 여자의 울음을 바라보는 듯이, 그래서 그것을 지나쳐가듯이 침대 위로 올라갔다. 가슴까지 담요를 끌어당기고 눈을 감았다. 그제야 나는 진홍색 피가 반나마 담긴 링거액 주머니를 들어올렸다.

p.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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