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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연정 2021. 10. 8.

ㅤ얼마 후 그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고, 나는 앞 장의 뜻을 밝히기 위해 이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주 어디엔가 우리가 두 번째 태어나는 행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한 지구에서 보낸 전생과 거기에서 익힌 경험을 완벽하게 기억한다고 해보자.
ㅤ그리고 이미 두 번의 전생 체험을 가지고 세 번째로 태어나는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ㅤ그리고 인류가 매번 더욱 성숙하면서 다시 태어나는 다른 행성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ㅤ이것이 영원회귀에 대한 토마시의 생각이다.
ㅤ지구(1번 행성, 미체험 행성)에 사는 우리는 당연히 다른 행성에서 인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개념밖에 지닐 수 없다. 인간이 더 현명해질까? 인간이 완숙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반복함으로써 이에 도달할 수 있을까?
ㅤ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런 유토피아에 대한 전망 속에서만 가능하다. 낙관주의자란 5번 행성에서는 인간 역사가 피를 덜 흘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관주의자란 그런 것을 믿지 않는 자이다.

p.35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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