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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연정 2021. 8. 24.

ㅤ그는 한없이 자책하다가 결국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ㅤ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ㅤ테레자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ㅤ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ㅤ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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