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한강, 채식주의자
연정
2021. 8. 7. 03:58
ㅤ그녀는 말한다.
ㅤ이렇게 죽으려는 거니? 그런 건 아니잖아. 그냥 나무가 되고 싶은 거라면, 먹어야지. 살아야지.
ㅤ말하다 말고 그녀는 숨을 멈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잘못 생각한 것 아닐까. 처음부터 영혜는 바로 그것, 죽음을 원해온 것 아닐까.
아니다,라고 그녀는 입 속으로 되뇐다. 넌 죽으려는 게 아니야 완전히 말문을 닫기 전, 그러니까 한달쯤 전에 영혜는 그녀에게 말했다.
ㅤ언니, 나 여기서 나가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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