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한강, 채식주의자
연정
2021. 8. 7. 03:55
ㅤ······영혜야.
ㅤ그녀는 낮은 소리로 부른다.
ㅤ대답해, 영혜야.
ㅤ동생의 굳은 어깨를 흔들고, 억지로 입을 벌리고 싶은 충동을 그녀는 억누른다. 고막이 찢어지게 영혜의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싶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죽고 싶니. 정말 죽고 싶어? 자신의 안에서 뜨거운 거품처럼 끌어오르는 분노를 그녀는 망연히 들여다본다.
p.270-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