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한강, 채식주의자

연정 2021. 8. 6. 03:40

그때마다 나를 사로잡는 것은 기이하고도 불길한 예감이었다. 예감이라는 것을 갖고 살아본 적 없는 둔감한 성격의 나였지만, 그 안방의 어둠과 정적은 오싹했다. 다음날 아침 식탁 앞에 앉은 아내의 단단히 다문 입술, 어떤 말도 귀담아듣지 않는 옆얼굴을 나는 염오감을 감추지 못한 채 건너다보았다.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풍파에 깎인 것 같은 그 표정이 나는 꺼림칙하고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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