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연정 2023. 7. 14. 04:11

ㅤ한 여자가
ㅤ차에서
ㅤ나온다



ㅤ작은 차 하나가 강을 따라 난 길을 달린다. 변두리 끝자락과 시골 사이 어디쯤, 집이 점점 드물어지고 행인도 없는 곳, 찬 아침 공기에 그 볼품없는 풍경이 더 처량해진다. 차가 길가에 멈추고, 그만하면 미인이라 할 젊은 여자가 내린다. 이상한 일이다. 여자가 자동차 문을 아무렇게나 툭 밀치기만 하는 것을 보면 문이 잠기지 않은 게 분명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둑들의 시대에 이토록 부주의할 수는 없을 텐데, 이는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그렇게 정신이 없는 걸까?
ㅤ아니, 정신없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다. 이 여자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를 안다. 이 여자는 의지 그 자체다. 그녀는 강에 놓인 다리를 향해 몇백 미터쯤 걷는다. 꽤 높고 좁다란, 차량 통행은 금지된 다리다. 그녀는 다리로 접어들어 맞은편 강가로 향해 간다. 그녀는 여러 차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려는 것같아 보인다. 그녀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멈춘다. 얼핏 망설이는 듯 보이지만, 아니다, 망설이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의지가 약해진 것도 아니며, 오히려 집중을 강화해서 의지를 더 확고하게 만들려는 순간이다. 의지를? 더 정확히 말하면 증오를. 그렇다. 망설임처럼 보였던 그 멈춤은 사실 증오를 향한 부름이다. 증오가 그녀와 함께 있기를. 그녀에게 의지가 되어 주기를, 한 순간도 그녀를 떠나지 말기를 청하는 부름이다.
ㅤ그녀는 난간을 넘어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아래로 떨어져 수면에 세차게 부뒷힌 데다 추워서 감각이 없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머리를 들어 올리고, 수영에 아주 능숙한 탓에 죽고자 하는 의지를 거슬러 온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그녀는 다시 머리를 물에 처박고서 물을 들이마셔 자기 숨을 막으려고 애쓴다. 그때 어떤 외침 소리가 들려온다. 맞은편 강가에서 들려오는 외침. 누군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죽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큰 적은 수영을 잘하는 자신의 제어 불가능한 반사운동이 아니라 자신이 고려하지 않았던 누군가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온힘을 다해 발버둥 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