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찰스 부코스키, 호밀빵 햄 샌드위치

연정 2021. 10. 28. 03:45

ㅤ어느 날, 초등학교에서처럼, 데이비드처럼 어떤 남자애가 내게 달라붙었다. 그 애는 작고 말랐으며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그 애를 볼디(대머리)라고 불렀다. 그 애의 진짜 이름은 일라이 라크로스였다. 나는 그 애의 진짜 이름이 좋았지만, 그 애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 애는 그저 딱풀처럼 내게 달라붙었다. 너무 불쌍해서 그냥 꺼지라고 할 수가 없었다. 굶주리고 사람들 발길에 차인 똥개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애와 어울려 다니는 게 기분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똥개의 기분을 알기 때문에, 그 애가 주변을 맴돌도록 놔두었다. 그 애는 말끝마다, 적어도 한 단어는 욕을 섞어 썼지만, 모두 가짜였고 그 애는 강하지 않았다. 그냥 겁이 났을 뿐이었다. 나는 겁이 나진 않았지만 혼란을 느끼긴 했기에 우리는 어쩌면 좋은 짝이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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