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독백

불안

연정 2021. 10. 1. 22:38

ㅤ심장이 뛴다는 이유로 죽을 수도 있는 법이다. 살아있음의 전제가 죽어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사는 게 곧 죽는 일인데. 자살은 제일 살고 싶은 발악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자해는 상처 받고 싶지 않은 행위 아니었을까. 죄 모순뿐이라 두근대는 심장이 가라않지를 못한다. 불안은 밀물 같은 것이라 도망가려 하면 이미 젖는다는데 이 사실을 썰물 때 불어오는 바람에 매번 깨닫는다. 매해 반 박자씩 느려지고 있다. 이러다 죽고 난 후 내가 죽어버렸다고 깨닫는 건 아닐지 공연히 걱정이 된다. 걱정만 된다. 여전히 미래의 나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죽지 않고 사는 법뿐이고. 미래의 나는 과거가 되어버릴 지금의 나를 돌보고 회상하고 어룰 뿐이라 미안하기만 하다. 시간 속에서도 분열하며 화해하지 못하는 게 인간인데 타인이라고 다를까. 이딴 공상들 지겹다고 내팽개치면 기어가 도로 주워 깁고 얼른 내 것으로 만드려는 게 내가 일생 반복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