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ㅤ테레자는 파괴된 시청을 바라보았고, 이 광경에 불현듯 어머니가 떠올랐다. 자신의 폐허를 과시하고, 자신의 추함에 자부심을 갖고 소매를 걷어 흉하게 잘려 나간 손을 보이며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보아 달라고 강요하는 그 변태적 욕구. 그녀가 십여 년 전 빠져나온 어머니의 세계가 다시 그녀를 찾아와 사방으로부터 그녀를 옥죄어 오는 듯, 근래 들어 모든 것에서 어머니가 떠올랐다. 아침 식사를 하다가, 어머니가 가족에게 자기의 일기를 읽어 주며 폭소를 터뜨렸던 일을 그녀가 이야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포도주를 마시며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라디오로 공개되었다는 것은 오로지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이 집단수용소로 바뀌었다고.
ㅤ테레자는 그녀가 가족과 어떻게 살았는지 표현하기 위해 거의 유년기부터 이 단어를 사용했다. 집단수용소, 그것은 밤낮으로 서로 뒤엉켜 사는 세계였다. 잔인성과 폭력은 이 세계의 부수적 (전혀 필연적이지 않은) 측면에 불과했다. 집단수용소, 그것은 사생활의 완전한 청산이었다. 친구와 술을 마시며 토론할 때 자기 집에서조차도 (그것이 치명적 실수였음에 틀림없다!) 안전하지 못했던 프로하즈카는 집단수용소에서 살았던 것이다. 어머니 집에서 살던 시절의 테레자는 수용소에서 지냈던 것이다. 그때 이후로 수용소랑 아주 예외적인 것, 놀랄 만한 것도 아닌 뭔가 주어진 조건, 뭔가 근본적인 것,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있으며 온 힘을 다해 극도로 긴장됐을 때만 벗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것임을 그녀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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