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ㅤ물론 그녀의 결심은 부당함의 극치이며 프란츠는 그녀가 사귀었던 모든 남자 중에 가장 훌륭했고, 지적이며, 그녀의 그림을 이해했고, 선하고, 정직하고, 미남임을 그녀도 알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 지성, 그 선의를 훼손하고, 그 멍청한 위력에 폭력을 가하고 싶었다.
ㅤ그날 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흥분한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동시에 이미 그곳에서 먼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또다시 멀리에서 배반의 황금 나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이 부름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 앞에 아직도 광활한 자유의 공간이 열려 있으며 그 공간의 넓이가 그녀를 흥분시키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프란츠를 미친 듯 거칠게 사랑했다.
ㅤ프란츠는 그녀의 몸 위에서 흐느꼈고, 그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확신했다. 식사 시간 내내 사비나는 침묵을 지켰고 프란츠의 결심에 대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지금 그녀는 대답한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희열, 정열, 공감, 그와 함께 영원히 살고 싶은 그녀의 욕구를 그에게 표시한 것이다.
ㅤ그는 멋진 공터, 아내도 아이도 없고 가정도 없는 공터, 헤라클레스의 빗자루가 쓸고 지나간 멋진 공터, 장차 사랑으로 채워야 할 멋진 공터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 같았다.
ㅤ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탄 자세로, 두 사람 모두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이 원하는 먼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을 구원하는 배신에 도취했다. 프란츠는 사비나를 타며 그의 부인을 배신했고, 사비나는 프란츠를 타고 프란츠를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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