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ㅤ그는 의자를 떨어뜨리지 않고 팔걸이를 수직으로 세우는 데 성공했고, 사비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아니 기분 좋네!"
ㅤ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프란츠는 강하다. 그러나 그의 힘은 오직 외부로만 향한다. 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는 약하다. 프란츠의 허약함은 선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결코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예전 토마시처럼 바닥에 거울을 놓고 나체로 걸어 다니라고 명령하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 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명령할 힘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폭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 육체적 사랑이란, 폭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ㅤ사비나는 의자를 치켜들고 방을 서성이는 프란츠를 보았다. 그것이 그녀는 그로테스크하게 보였고 그녀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가득 찼다.
ㅤ프란츠는 의자를 내려놓고 그 위에 앉아 사비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ㅤ"강하다는 것이 불쾌한 건 아니지만, 이런 근육이 제네바에서 무슨 쓸모가 있을까? 나는 이걸 장신구처럼 달고 다니는 거지. 공작 깃털인 셈이야. 나는 한 번도 누구를 때려 본 적이 없어."
ㅤ사비나의 울적한 상념은 계속되었다. 만약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어떤 남자가 있다면? 누가 그녀를 지배하러 들었다면? 얼마 동안이나 그녀는 그것을 참아 낼 수 있었을까? 채 오분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남자도 그녀에게는 적당치 않다. 강한 남자나 허약한 남자 모두.
ㅤ"당신 힘을 가끔 내게 쓰지 않는 이유가 뭐야?"
ㅤ"사랑한다는 것은 힘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지."라고 프란츠가 부드럽게 말했다.
사비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이 말은 아름답고 진실하다. 둘째, 이 말 때문에 프란츠는 그녀의 에로틱한 삶에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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