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정
2021. 9. 14. 01:51
ㅤ우리는 이미 그 대답을 안다. 그녀가 아버지를 배신했을 때, 삶은 길고 긴 배반의 길처럼 그녀 앞에 활짝 열렸고, 매번 새로운 배반은 마치 악덕처럼, 승리처럼 그녀를 유혹했다. 그녀는 대열 속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고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다! 항상 같은 사람, 같은 단어들과 더불어 대열 속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자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자극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과도한 자극이 불쾌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사비나는 승리를 거둔 듯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 그녀에게 갈채를 보낸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ㅤ그러나 도취감은 어느새 번뇌로 바뀌었다. 어느 날엔가 이 길의 막바지에 이르고야 말 것이다! 언젠가는 배신과 결별해야만 했다! 영원히 중단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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