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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연정 2021. 9. 14.

ㅤ때는 저녁이었고 그녀는 잰걸음으로 플랫폼을 걸었다. 암스테르담행 열차는 벌써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그녀는 자기 열차 칸을 찾았다. 그녀는 상냥한 검표원의 안내를 받아 객실 문을 열었고 시트가 벗겨진 침대 위에 앉아 있는 프란츠를 보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고, 그녀는 그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ㅤ그녀는 여자들 중 가장 평범한 여자들이 하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를 버리지 마세요, 당신 곁에 있게 해주세요. 나를 노예로 만들고 당신은 강해지세요!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할 수 없고 할 줄도 몰랐던 말들이었다.
ㅤ그가 포옹을 풀자, 그녀는 단지 이렇게만 말했다. "당신과 함께 있으니 참 좋아." 천성적으로 과묵한 그녀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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